오래 쓸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주방 용품은 오래 쓸수록 위험해지는 게 있다
주방 용품은 비싸게 샀거나 아직 쓸 만하다는 이유로 오래 쓰게 된다.
그런데 주방 용품 중에는 오래 쓸수록 음식에 유해 물질이 섞여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모르고 지나친다. 프라이팬을 쓸 때마다, 도마에 칼질을 할 때마다 미세한 양이지만 조금씩 몸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60대 이후에는 몸의 해독 능력이 떨어진다. 젊을 때는 조금 들어와도 처리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 시기부터는 쌓이기 시작한다. 지금 주방에서 무엇을 써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코팅 프라이팬은 한국 주방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조리 도구다. 문제는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했을 때다. 테플론 계열 코팅 소재에서 벗겨진 조각이 음식에 섞여 들어간다. 이 성분이 고온에서 분해될 때 발생하는 물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PFAS 계열 물질은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 간, 신장,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계속 쓰면서 조금씩 섭취하는 양이 쌓이면 60대 이후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코팅이 일부라도 벗겨졌다면 교체 시기다. 긁힌 자국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유해 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교체할 때는 코팅이 없는 스테인리스, 주물 무쇠팬, 유리 냄비 중에서 선택하면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두 번째 — 흠집 난 플라스틱 도마
플라스틱 도마는 쓰다 보면 칼자국이 생긴다. 이 칼자국 사이에 세균이 자리를 잡는다. 표면이 매끄러울 때는 씻으면 어느 정도 제거되지만, 칼자국이 깊어질수록 세균이 안쪽에 숨어서 일반 세척으로는 없어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다. 칼질을 할 때마다 도마 표면에서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온다. 이 조각들이 음식에 섞여 그대로 먹게 된다. 최근 연구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혈관, 폐, 장기 조직에서 검출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장기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표면에 칼자국이 많이 생겼다면 교체가 맞다. 대안으로는 항균 처리된 나무 도마나 유리 도마가 있다. 나무 도마는 천연 항균 성분이 있어서 세균 번식이 플라스틱보다 느리다. 관리만 잘 하면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다.
세 번째 —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용기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오래 쓸수록 표면이 뿌옇게 변한다. 이 변화가 플라스틱이 열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릴 때 이 열화된 플라스틱에서 환경호르몬 성분이 음식으로 스며들 수 있다.
비스페놀A(BPA)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올 수 있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호르몬 교란 물질로 분류되며, 갑상선 기능, 생식 기능, 면역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뜨거운 음식을 담을 때는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 용기나 스테인리스 용기를 쓰는 것이 안전하다. 전자레인지 사용은 반드시 전자레인지 전용 표시가 있는 용기에서만 해야 한다.
네 번째 — 녹이 슨 조리 도구
금속 조리 도구에 녹이 생겼을 때 그냥 닦아서 계속 쓰는 경우가 있다. 녹이 슨 표면은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코팅된 제품에 녹이 생겼다면 코팅 손상과 함께 유해 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녹슨 국자, 뒤집개, 조리용 집게는 교체가 맞다. 스테인리스 재질은 녹이 거의 슬지 않아서 오래 안전하게 쓸 수 있다. 실리콘 조리 도구는 코팅 손상 걱정이 없고 세척도 쉬워서 60대 이후 주방 용품 교체 시 좋은 선택이다.
다섯 번째 — 유통기한 지난 식용유
식용유는 개봉 후 시간이 지나면 산화된다. 산화된 기름은 조리 과정에서 고온을 만나면 유해 물질 생성이 빨라진다. 과산화물, 알데히드 같은 성분이 만들어지는데, 이 성분들이 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개봉한 식용유는 빛과 열을 피해 보관해도 3~6개월 안에 쓰는 것이 적당하다. 기름을 따랐을 때 쉰 냄새가 나거나 색이 짙어졌다면 이미 산화가 진행된 것이다. 대용량으로 사서 오래 쓰는 것보다 소용량을 자주 사는 편이 건강에 유리하다.
50~60대에 주방 용품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간의 해독 기능이 약해진다. 젊을 때는 미세하게 들어오는 유해 물질을 간이 처리해서 내보냈지만, 50대 이후에는 이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오랜 기간 조금씩 축적된 유해 물질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이때다.
주방 용품 교체가 부담스럽다면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하면 된다.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과 흠집 난 플라스틱 도마를 먼저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매일 먹는 음식에 섞여 들어오는 유해 물질 양이 크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