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정작 자기 밥상에서 먼저 치운다는 반찬이 있다
진료실에서 혈관 질환 환자를 수십 년 보다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고 한다. 약을 잘 챙겨 먹는데도 혈관 염증 수치가 잡히지 않는 환자들, 그 밥상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공통적으로 올라오는 반찬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마트 반찬 코너에서 흔히 사는 것들, 밥 먹을 때 그냥 집어 먹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 반찬들이 혈관 벽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 번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오랜 기간 반복되면서 혈관을 굳히고 좁힌다.
혈관 염증이 왜 문제인가
혈관 벽에 염증이 생기면 거기에 콜레스테롤과 면역세포가 달라붙기 시작한다. 이것이 쌓이면 플라크가 된다. 플라크가 두꺼워지면 혈관이 좁아지고, 어느 순간 플라크가 터지면 혈전이 생긴다. 이것이 심근경색과 뇌경색의 경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소리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혈관 염증이 만성적으로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다. 평소 혈관 염증을 낮추는 식습관이 그래서 중요하다.
혈관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은 트랜스지방, 정제 탄수화물, 산화된 기름, 과도한 나트륨, 가공육의 첨가물이다. 이 성분들이 혈관 내피 세포를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켠다.
마트 반찬 코너의 조림류·볶음류
시판 반찬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들이 문제다. 연근조림, 멸치볶음, 두부조림, 감자조림처럼 밥반찬으로 자주 사는 것들이다. 집에서 만들면 괜찮다. 문제는 시판 제품이다.
이 제품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액상과당과 정제 식용유다. 액상과당은 간에서 지방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혈중 중성지방을 올리며 혈관 염증을 자극한다. 정제 식용유, 특히 대두유와 옥수수유에 많은 오메가6 지방산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내 염증 반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시판 조림 반찬의 성분표를 보면 설탕, 물엿, 액상과당이 함께 들어간 경우가 많다. 당이 세 가지 이상 들어간 제품이라면 혈관에 부담을 주는 반찬이라고 봐야 한다.
소시지·햄류
도시락 반찬으로, 찌개 재료로, 볶음밥 재료로 자주 쓰인다. 간편하고 맛있다. 그런데 가공육은 세계보건기구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할 만큼 만성 건강 위험과 연관이 깊다.
혈관 건강만 따지면 가공육의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아질산나트륨이다. 발색제로 쓰이는 이 성분이 체내에서 니트로사민이라는 물질로 변환되는데, 이것이 혈관 내피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둘째는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동시에 높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들어오면 혈관 염증 반응이 빠르게 올라간다.
햄이나 소시지를 가끔 먹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아침 식사로, 간식으로 매일 등장하는 것이 문제다. 빈도가 혈관 상태를 결정한다.
젓갈류
젓갈이 발효 식품이라 몸에 좋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발효 과정에서 아미노산과 유익한 성분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젓갈은 나트륨 함량이 극단적으로 높다. 새우젓 한 숟갈의 나트륨이 500~800mg에 달한다.
젓갈 자체를 먹는 것뿐 아니라 김치를 담글 때, 찌개를 끓일 때 젓갈을 넣으면 나트륨이 중첩된다. 이미 짠 음식에 젓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하루 나트륨 섭취가 크게 올라간다.
나트륨이 혈관 염증과 연결되는 경로는 이렇다. 나트륨이 과다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 벽에 기계적인 자극이 반복된다. 이 자극이 혈관 내피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고혈압과 혈관 염증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마가린이 들어간 반찬·빵류
반찬은 아니지만 밥상에 자주 오르는 것들이 있다. 마가린을 바른 식빵, 쇼트닝으로 만든 과자나 빵류다. 마가린과 쇼트닝에는 부분경화유 공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트랜스지방은 혈관 염증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식이 요인 중 하나다. LDL 콜레스테롤을 올리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이중 작용을 한다.
식품 성분표에서 ‘부분경화유’, ‘쇼트닝’, ‘마가린’이 표기돼 있으면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0g으로 표기돼 있어도 0.5g 미만이면 0으로 표기할 수 있어서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닐 수 있다.
50대 이후 혈관 염증
50대 이후에는 항산화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 젊을 때는 식이 요인으로 혈관에 약간의 염증 자극이 생겨도 몸이 빠르게 처리했다. 50대 이후에는 이 처리 능력이 느려지면서 자극이 더 오래 남는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혈관 보호 효과가 사라진다. 같은 식습관을 유지해도 50대 이후부터 혈관 상태가 빠르게 나빠지는 이유다. 이 시기에 혈관 염증을 자극하는 반찬을 매일 먹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큰 위험이 된다.
혈액 검사에서 hsCRP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거나 LDL 콜레스테롤이 경계에 걸쳐 있다면 지금 먹는 반찬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