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1위가 의외인 이유
췌장은 조용한 장기다. 평소에 아프다는 신호를 잘 보내지 않는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만들고,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 존재감이 없다.
문제는 이상이 생겼을 때다. 췌장 기능이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당뇨로 이어지거나, 소화 능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진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서 발견됐을 때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매일 먹는 음식 중에 췌장에 부담을 주는 것들이 있다. 라면이나 흰쌀밥은 그나마 짐작이 가는데, 1위는 대부분 생각하지 못한다. 건강에 좋다고 챙겨 먹는 것들 중에 있기 때문이다.
3위 라면 —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동시에 들어온다
라면이 췌장에 나쁜 이유는 단순히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다. 라면 한 그릇에는 하루 권장 나트륨의 80% 이상이 들어 있다. 나트륨이 과다하게 들어오면 췌장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가 생긴다. 췌장 조직이 만성적으로 자극을 받는 상태가 반복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라면 스프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과 식품첨가물이 더해진다. 기름에 튀긴 면을 소화하려면 췌장이 평소보다 많은 소화효소를 분비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췌장이 쉬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진다.
라면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국물을 절반만 마시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트륨 섭취량이 크게 줄어든다. 튀기지 않은 건면 제품으로 바꾸면 지방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2위 흰쌀밥 — 매 끼니 췌장을 혹사시키는 구조
흰쌀밥이 2위라고 하면 의아한 분들이 있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 동안 먹어온 음식 아닌가. 맞다. 그런데 문제는 흰쌀밥 자체가 아니라 흰쌀밥만 먹는 방식이다.
흰쌀은 도정 과정에서 식이섬유와 영양소가 대부분 제거된다. 남는 건 빠르게 분해되는 전분이다. 이걸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고, 췌장은 인슐린을 급하게 대량으로 분비해야 한다. 이 급격한 분비가 하루 세 끼, 매일 반복된다.
50대 이후 췌장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시기에 이 부담이 누적되면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점점 따라가지 못한다. 당뇨 전 단계로 넘어가는 경로가 여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잡곡밥으로 바꾸거나 밥의 양을 조금 줄이고 반찬 비중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췌장 부담이 달라진다.
1위 과당이 들어간 음료 — 췌장이 가장 힘들어하는 당
1위는 과당 음료다. 과일 주스, 이온음료, 비타민 음료, 식혜, 시판 두유처럼 건강에 좋다고 여기는 것들도 포함된다. 포도당이 아닌 과당이 문제다.
포도당은 온몸의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과당은 간에서만 처리된다. 과당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면 간이 이를 지방으로 전환하고, 이 과정에서 췌장에 직접적인 부담이 생긴다. 또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췌장 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있다.
더 문제인 건 음료 형태라는 것이다. 액체는 고형 음식보다 빠르게 흡수된다. 과일을 먹으면 식이섬유가 흡수 속도를 늦추지만, 과일 주스는 식이섬유가 제거된 상태라 과당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챙겨 먹는 과일 주스 한 잔이 췌장에는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다.
시판 음료 중 과당이 들어간 것들을 확인하는 방법은 성분표에서 ‘액상과당’, ‘과당’, ‘고과당콘시럽’ 표기를 찾는 것이다. 이 표기가 있다면 췌장에 부담을 주는 음료다.
췌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
췌장은 조용히 망가지다가 어느 순간 신호를 보낸다. 식후 명치 아래쪽이 묵직하게 불편한 느낌,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소화가 안 되고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 이유 없이 체중이 빠지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혈당 검사에서 공복혈당이 100을 넘기 시작했거나 당화혈색소가 경계선에 걸쳐 있다면 이미 췌장이 버거워하는 신호다. 이 단계에서 식습관을 바꾸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당뇨 진단이 나온 뒤에 바꾸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50대 이후 췌장 건강이 더 중요한 이유
췌장의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인데, 나이가 들수록 수가 줄어든다. 40대까지 버텨주던 췌장 기능이 50대부터 눈에 띄게 달라지는 이유다. 같은 양을 먹어도 혈당이 더 많이 오르고, 내려오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시기에 췌장에 부담을 주는 음식을 계속 먹으면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반대로 지금 식습관을 바꾸면 남아 있는 췌장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췌장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거의 안 되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