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 보관이 신선하게 유지해줄 것 같지만..
요리를 마치고 참기름을 냉장고에 넣는 분들이 많다. 식용유도 서늘하게 보관하면 좋다는 말을 들었고, 냉장고에 넣으면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머니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집도 있다.
그런데 참기름은 냉장 보관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향이 빠지고, 맛이 둔해지고, 심하면 변질 속도가 빨라진다. 냉장고에 넣을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런지 구조를 알면 납득이 된다. 그리고 올바른 보관법으로 바꾸면 같은 참기름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냉장 보관하면 왜 안 될까
참기름의 핵심은 향이다. 깨를 볶는 과정에서 생기는 휘발성 향기 성분이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이 성분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하면 온도 차이가 생기고, 그때마다 향기 성분이 조금씩 날아간다.
냉장고 안에 있는 동안에는 기름이 굳거나 뿌옇게 변하기도 한다. 이게 상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 꺼냈을 때 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번 날아간 향은 돌아오지 않는다.
또 냉장고 안에는 다양한 식품 냄새가 섞여 있다. 참기름 병 뚜껑이 완벽하게 밀폐되지 않으면 냉장고 특유의 냄새가 기름에 스며든다.
고소한 향 대신 냉장고 냄새가 배는 것이다. 뚜껑을 아무리 잘 닫아도 장기간 냉장 보관하면 이 문제가 생긴다.
산화가 빨라지는 이유
냉장 보관이 오히려 참기름 산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면 병 안쪽에 결로가 생긴다. 작은 물방울이 기름 표면에 닿는 것이다. 기름과 물이 만나면 산화 반응이 빨라진다.
산화된 기름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 산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이 체내 염증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 참기름을 건강에 좋다고 챙겨 먹으면서 산화된 기름을 먹고 있다면 오히려 역효과다.
맛이 조금 이상하다 싶을 때는 이미 산화가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올바른 보관법은 이렇다
참기름은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상온 보관하는 게 맞다. 주방 싱크대 아래 서랍이나 찬장 안이 적합하다. 햇볕이 직접 닿는 창가나 가스레인지 옆처럼 열이 많은 곳은 피해야 한다.
개봉 후 적정 사용 기간은 2~3개월이다. 그 안에 다 쓰는 양을 구입하는 게 가장 좋다. 대용량을 한 번에 사서 오래 쓰는 것보다 소용량을 자주 사는 편이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병은 항상 뚜껑을 단단히 닫아두고, 사용 후에는 병 입구를 깨끗하게 닦아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입구에 기름이 남아 있으면 산화가 그 부분에서 먼저 시작된다. 한 번 쓸 때마다 입구를 닦는 것만으로도 보관 기간이 달라진다.
들기름은 참기름과 다르다
들기름은 이야기가 다르다. 들기름에는 오메가3 계열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산화에 훨씬 취약하다. 상온에 두면 빠르게 산패된다. 들기름은 개봉 후 냉장 보관이 맞고, 가능하면 한 달 안에 다 쓰는 게 좋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헷갈려서 둘 다 냉장 보관하거나 둘 다 상온 보관하는 집이 많다.
색이 비슷하고 쓰임도 비슷하지만 보관법은 정반대다. 참기름은 상온, 들기름은 냉장. 이 차이를 모르고 지내면 둘 중 하나는 항상 손해를 보게 된다.
50대 이후 참기름을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
참기름에는 항산화 성분인 세사민과 세사몰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이 혈관 건강과 노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이 성분도 함께 손상된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다면 보관법까지 챙기는 게 맞다.
또 50대 이후에는 미각이 조금씩 둔해지는 경향이 있다. 향이 살아 있는 참기름을 쓰면 적은 양으로도 음식 맛이 풍부해지고, 나트륨을 덜 쓰게 되는 효과도 있다.
참기름 한 방울이 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데, 향이 날아간 기름은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