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하고 밥도 줄였는데 배만 안 들어간다면
밥을 줄였다. 운동도 시작했다. 그런데 배는 그대로다. 오히려 조금 더 나온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분들이 공통적으로 빠뜨리는 것이 있다. 밥 대신 먹기 시작한 것들이다.
밥을 줄이면서 대신 먹게 되는 것들이 있다. 빵, 과자, 시리얼, 단백질 바, 과일 주스, 요거트, 믹스커피.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것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것들 중 상당수가 내장지방을 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밥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내장지방이 피하지방과 다른 이유
지방은 어디에 쌓이느냐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다. 피부 아래에 쌓이는 피하지방은 보기에 거슬릴 수 있지만 대사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문제는 내장 사이에 쌓이는 내장지방이다.
내장지방은 간, 췌장, 장 주변을 감싸면서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이 염증 물질이 혈류로 들어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압을 올리고, 혈중 중성지방을 높인다.
배가 나온 것이 단순히 미용 문제가 아닌 이유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당뇨, 심혈관 질환, 지방간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
내장지방은 피하지방보다 분해가 빠른 편이다. 바꿔 말하면 원인을 제거하면 비교적 빠르게 줄어든다. 원인을 모르고 운동과 식사 조절만 반복하면 효율이 낮다.
내장지방을 만드는 주범 — 과당
내장지방을 가장 빠르게 쌓는 성분은 과당이다. 포도당은 온몸의 세포가 에너지로 쓸 수 있다. 그런데 과당은 간에서만 처리된다. 과당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면 간이 이것을 지방으로 전환한다. 이 지방이 간에 쌓이면 지방간이 되고, 혈류로 나가면 내장 주변에 쌓인다.
밥의 주성분은 포도당이다. 그런데 밥 대신 먹기 시작한 것들에 과당이 가득하다. 과일 주스 한 잔의 과당 함량은 밥 한 공기보다 내장지방 형성에 훨씬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건강을 위해 밥을 줄이고 주스를 마시는 것이 오히려 내장지방을 늘리는 역설이 여기서 생긴다.
내장지방을 만드는 것들
첫째, 과일 주스와 스무디다. 과일 자체는 식이섬유가 있어서 과당 흡수 속도를 늦춘다. 그런데 주스로 갈거나 짜면 식이섬유가 제거되고 과당만 남는다. 오렌지 주스 한 컵에 들어 있는 과당은 오렌지 세 개 분량이다. 건강 음료라고 생각하고 매일 마시는 주스가 내장지방의 원인일 수 있다.
둘째, 시리얼과 그래놀라다. 건강식 이미지가 강하다. 견과류가 들어 있고, 통곡물이라고 표시돼 있다. 그런데 시판 시리얼과 그래놀라의 성분표를 보면 설탕과 꿀, 물엿이 층층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당지수가 높고 과당 함량도 상당하다. 아침에 우유와 함께 먹는 시리얼 한 그릇이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면서 내장지방 축적을 돕는다.
셋째, 가당 요거트다. 플레인 요거트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당에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런데 시판 과일 요거트, 컵 요거트는 당 함량이 상당히 높다. 한 컵에 설탕이 20~25g 들어간 제품도 있다. 건강을 위해 밥 대신 선택한 요거트가 당 폭탄인 경우가 적지 않다.
넷째, 믹스커피와 달콤한 음료다. 하루에 믹스커피 두세 잔을 마시는 분들이 많다. 믹스커피 한 봉에는 설탕과 크리머가 들어 있다. 크리머에는 부분경화유 성분이 포함된 경우가 있고 당 함량도 높다. 매일 반복되는 믹스커피 습관이 내장지방 축적에 조용히 기여한다.
다섯째, 단백질 바와 에너지 바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은 맞지만, 맛을 내기 위해 설탕, 물엿, 과당 시럽이 함께 들어간 제품이 많다. 성분표에서 단백질 함량보다 당류 함량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인슐린이 내장지방을 만드는 구조
과당 외에 내장지방을 쌓는 또 다른 경로가 인슐린이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당이 많이 들어오면 혈당이 빠르게 오르고 인슐린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면서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저장 장소 중 하나가 내장이다.
문제는 인슐린이 자주, 많이 분비될수록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같은 양을 먹어도 지방이 더 잘 쌓이는 몸이 된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질수록 내장지방이 더 잘 쌓이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밥을 줄여도 배가 안 들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밥의 양을 줄였지만 당지수 높은 음식으로 인슐린이 계속 자극되고 있다면 내장지방이 줄지 않는다.
50대 이후 더 빠르게 쌓이는 이유
50대 이후에는 기초대사량이 줄고 근육이 감소한다. 근육은 포도당을 소비하는 가장 큰 기관이다. 근육이 줄면 먹은 것을 에너지로 쓰는 능력이 떨어지고 지방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지방 분포가 바뀐다.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쌓이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전에는 엉덩이와 허벅지에 쌓이던 지방이 배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먹는 양을 바꾸지 않아도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이유다.
이 시기에 밥만 줄이고 과당과 정제 당류 섭취를 그대로 두면 내장지방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근육 손실이 생겨서 기초대사량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