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소리 없이 망가진다. 50대 이후 꼭 알아야 할 국물 습관
한국인의 밥상에서 국물은 빠지지 않는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라면 국물까지.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식사를 완성한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 국물 습관이 신장을 조용히 망가뜨리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신장은 손상이 시작돼도 오랫동안 증상이 없다. 신장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그사이 매일 먹는 국물이 신장에 쌓이는 부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장이 하는 일과 망가지는 구조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서 소변으로 내보내는 장기다. 하루에 약 180리터의 혈액을 필터링한다. 동시에 나트륨, 칼륨, 인 같은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고 혈압을 유지하는 데도 관여한다.
나트륨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신장은 이것을 걸러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이 과부하가 매일 반복되면 신장 혈관이 서서히 손상된다. 사구체라는 미세 혈관 다발이 딱딱해지고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눈치채기 어렵다.
50대 이후에는 신장 기능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떨어진다. 20대와 비교해 50대의 신장 여과 능력은 이미 20~30%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매일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1위 — 찌개 국물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한국인이 가장 자주 먹는 국물이다. 된장찌개 한 그릇의 나트륨은 800~1200mg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2000mg이니, 찌개 한 그릇으로 하루 권장량의 절반 가까이를 먹는 셈이다.
문제는 국물을 다 마시는 습관이다. 찌개를 먹을 때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남기면 나트륨 섭취가 크게 줄어든다. 나트륨의 상당 부분이 국물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국물까지 다 마신다. 따뜻하고 구수한 국물을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앞선다.
된장 자체의 발효 성분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된장의 이로운 성분을 얻으면서 나트륨 부담을 줄이려면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을 절반 이상 남기는 것이 답이다.
2위 — 라면 국물
라면 한 봉지의 나트륨은 1700~2000mg에 달한다. 하루 권장량을 라면 한 그릇으로 거의 채우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라면 국물을 끝까지 마신다.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을 그냥 두기 아까운 것이다.
라면 국물의 나트륨이 특히 문제인 이유는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액체 상태의 나트륨은 고형 음식에 들어 있는 것보다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된다. 신장이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한꺼번에 몰린다.
라면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국물을 절반만 마시는 것, 스프를 절반만 넣는 것, 끓일 때 물을 더 넣어 나트륨 농도를 희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3위 — 건강하다고 믿는 국물들
여기서부터가 의외다. 사골국, 미역국, 북어국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이 국물들도 나트륨 함량이 낮지 않다. 특히 시판 사골 국물이나 레토르트 제품은 나트륨이 상당히 높다.
더 큰 문제는 사골국이나 곰탕 같은 진한 육수다. 인 함량이 높다. 인은 신장이 걸러내야 하는 전해질 중 하나인데,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인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혈관 석회화가 생기고 심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장 기능이 이미 어느 정도 떨어진 50대 이후에는 진한 육수를 매일 먹는 것이 부담이 된다.
미역국은 칼륨 함량이 높다.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 칼륨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다. 건강 검진에서 사구체 여과율이 낮게 나왔다면 미역국을 자주 먹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 망가뜨리는 국물 속 성분
나트륨만 문제가 아니다. 시판 국물 제품에는 인산염이 들어간다. 인산염은 가공식품에 유화제, 보존제, 산도 조절제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라면 스프, 시판 찌개 양념, 즉석 국물 제품에 들어 있는 인산염은 일반 식품에 들어 있는 인보다 흡수율이 훨씬 높다.
MSG에 대한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 연구에서 MSG 자체가 신장에 직접적인 해를 준다는 근거는 많지 않다. 신장에 더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나트륨과 인산염이다.
탈수도 문제다. 짠 국물을 마시면 갈증이 생기고 수분이 더 필요해진다. 그런데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신장이 농축된 소변을 만들어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신장 결석이 생기기 쉬워진다.